한국인의 일상생활

한국인의 김장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ilyoung210 2025. 7. 3. 15:50

김장은 ‘행사’이자 ‘문화’이다

한국에서 김장은 단순히 음식을 담그는 일이 아닙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중요한 연례 행사이며, 가족과 이웃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적 문화의 한 형태입니다. 김장의 어원은 ‘김치를 장만한다’에서 유래하며,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배추와 무, 고춧가루, 젓갈, 마늘 등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 겨울 내내 먹을 김치를 대량으로 담그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김장은 대개 11월에서 12월 사이에 집중되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기 전 일정한 시기를 ‘김장철’이라고 부릅니다. 이 시기가 되면 마트와 재래시장,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까지 김장 재료가 활발히 유통되며, 사회 전체가 김장 모드에 들어갑니다. 특히, 어머니 세대에게 김장은 가족의 건강을 위한 ‘사명감’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인의 김장

김장의 핵심은 ‘함께함’에 있다

김장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함께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동네 어귀에서 이웃들이 모여 큰 항아리를 중심으로 김장을 함께 했고, 서로 도와가며 김치를 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웃음이 오가고, 노동 속에 우정과 신뢰가 쌓였습니다. 이웃 간의 정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에도, 김장은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세대 간의 전통을 전승하는 기회로 작용합니다. 특히 딸이나 며느리에게 김장법을 알려주는 과정은 단순한 요리 교육이 아니라 가족 문화를 공유하고, ‘엄마의 손맛’을 전수하는 감성적 시간이 됩니다. 최근에는 친구나 동료들과 ‘김장 파티’를 열어 함께 김치를 담그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김장이 단순한 가사 노동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의식임을 보여줍니다.

김장은 기술이자 과학이다

김장은 단순한 감각에 의존하는 음식이 아닙니다. 소금에 절이는 시간, 재료의 비율, 발효 온도와 기간, 숙성 상태 등을 섬세하게 조절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은 경험에서 비롯된 지식과 과학적 원리에 기반합니다. 배추를 절이는 소금물의 농도, 양념의 간 맞추기, 숙성 온도에 따른 발효 속도 조절 등은 한식 조리법 중에서도 가장 정교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김장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한 요리 실력을 넘어서,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와 가정의 입맛을 꿰뚫는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에는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세계적으로도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김치 냉장고’와 같은 전용 가전제품까지 등장해 김장이 한국인의 생활 속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전통을 잇고 미래를 담그다

김장은 한국인의 삶의 방식, 공동체 의식, 자연과의 조화를 모두 담고 있는 전통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가정이 김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김장을 통해 부모 세대는 자녀 세대에게 정성과 손맛, 그리고 가족의 전통을 전해줍니다. 일부 사람들은 김장을 번거로운 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김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정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최근에는 나눔의 문화로 확장되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김장 나누기’ 봉사도 전국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장은 결국, 음식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시간을 담그고, 마음을 담그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한국인에게 김장은 절대 단순한 요리가 아닙니다.